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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lementary Set

  • 전시기간       2021.06.09 ~ 2021.07.11
  • 장소 

​뮤지엄 다: 2층 기획전시실

  • 작가     

주승재

전시 종료
  • 주관             뮤지엄 다:
  • 후원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

가치의 가치

​최영심 (뮤지엄 다: 학예팀장)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영향으로 ‘팬데믹 퍼피(Pandemic puppy)’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반려견 입양 건수가 증가했다. 팬데믹 퍼피란 이동 제한,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이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강아지를 입양하기 시작한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팬데믹 퍼피는 미국과 영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등장했다. 그러나 팬데믹 퍼피 현상은 1년도 채 가지 못했다. 더불어 길거리에 유기되어 구조되는 강아지들의 숫자는 기하학적으로 늘어난 반면 유기동물 보호소를 통한 입양 건수는 상대적으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 문제는 1인 가구가 증가하여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사회가 만들어놓은 문제일 수 있다. 이는 현대인의 결핍을 보여주기도 하며, 동시에 인간 이기주의의 어두운 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기심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중심주의로부터 시작된다. 특히 반려견은 인간의 손에서 철저하게 컨트롤 되는 존재라 생각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의 손에 의지해야 한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은 없으며, 인간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바로 반려견이다. 그렇다고 주인에게 버려지는 순간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순간부터는 낯선 사람들로부터 붙잡혀 좁고 갑갑한 철장 속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지금까지 유기견의 문제는 단지 하나의 작은 사회현상으로만 여겨졌던 것이 현실이다.

 이번 주승재의 개인전은 단순히 유기견을 보호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주승재 작가는 일상의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친근한 소재를 대상화시켜 그 이면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의 실체와 그것의 판단기준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판단의 기준에 부합해야 가치가 올라가고, 그것에 부합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버려지는 기형적인 사회 시스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했다.

 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매체가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사진은 현실을 그대로 묘사할 수 있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기에 그것이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했다고 할 수는 없다. 사진의 원본이 있다면, 작가는 이를 실제보다 더 실제같이 보정한다. 그렇다면 이는 사진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만 반영만 한 것이라 볼 수 있을까. 따라서 사진은 현실을 묘사하지만 반면에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에 주승재는 현실과 비현실을 동시에 보여주는 결과물을 관람객에게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작가의 이전 작품들에서도 현실과 비현실을 동시에 표현하기 위해 반전되는 이미지를 보여주곤 했다. <inverse ratio>시리즈에서는 맥도날드의 마스코트처럼 항상 웃고 있고 해피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십계명을 어긴다거나 거짓말하고, 강간을 하는 등의 반전되는 모습들을 담아낸다. 같이 농사짓고 기계를 개발하며 공동체로 먹고사는 사회주의 캐릭터인 스머프가 삶과 반대되는 행동인 도박을 하고, 요트를 타고, 골프를 치는 자본주의적 행동을 담아내기도 하였다. 이처럼 사람들의 인식 속에 정해져 있는 이미지가 강한 캐릭터들을 사용하여 그것들의 보편적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제시하여 현실과 비현실을 동시에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초기작업들이 반전되는 개념들을 다소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면, <complementary set>는 의도한 이미지의 반전을 1차원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관람객이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숨겨두었다. 이 작품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는 그레이하운드, 골든리트리버, 자이언트 슈나우저와 같은 늠름한 로열 독의 초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은 10마리 내외의 유기견의 눈, 귀, 다리, 털, 발가락 등의 일부를 모아 합성하여 가상의 견종을 재현한 것이다. 유기견을 합성해서 만든 작품인 것을 인지하면 그때부터 작품에서 보지 못한 어색한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개들은 모두 웃고 있는 것처럼 제작하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두운 면이 보인다. 개들은 멋있게 표현되었지만,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목줄은 아주 낡아 있다. 실제로 유기견들이 착용하고 있던 목줄을 그대로 넣었다. 이는 작가가 관람자에게 주는 일종의 힌트인 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 ‘complementary set’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는 여집합으로 해석되는데, 생각하는 대상을 개로 한정할 때 사람들이 나눠둔 개 종류의 카테고리를 집합이라고 하면,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여집합이다. 품종 분류가 되지 않는 믹스견이 대부분인 유기견들의 이미지들을 모아 다시 재조합하여 만들다 보니 이 또한 여집합이 된 것이다. 개의 품종은 인간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다. 게다가 그들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특정한 표준으로 분류되는데 이처럼 표준화된 유형은 인간이 가치 판단을 하는 기준이 된다. 이러한 기준은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고 개들의 가격을 결정한다. 개는 가족의 일원으로, 그리고 인간의 친구로서 살고 있지만 동시에 상업적인 상품의 가치로서도 존재한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유기견 보호센터에 있는 개들은 상업적 가치가 없다. 대부분의 유기견들은 나이가 너무 많거나 외모가 기준에서 요구하는 것과 거리가 있다. 그래서 작가는 그 개들의 이미지들을 섞고 재조합하여 새로운 종류의 가상 개들을 만들어 내었다.

 가치가 있는 것과 가치가 없는 것,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그 기준은 어디에서 정해진 것일까? 어느 것이 가치 있는 것이고 어느 것이 가치가 없는 것인지는 누가 정하는가. 현대인이 정하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보편적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속한 현실 사회의 영향이다. 스핀오프를 예로 들어보자. 스핀오프는 하나의 메인 콘텐츠에서 파생되어 나온 콘텐츠를 이야기한다. 보통의 스핀오프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하는 부 캐릭터가 독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주연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 결과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내용을 양산하기도 한다. 더불어 최근에는 흥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주연보다 조연이 더욱 주목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가치판단의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 주연이 가치 있는 역할일까. 조연이 더 가치 있는 역할일까.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우리의 가치판단의 기준은 더욱 모호함으로 채워지며, 인간은 빠른 변화에 순응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회가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규범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을 택하고 있다. 우리는 현실적인 단면과 비현실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가의 작품을 보며 현대사회의 가치 기준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